1980년 봄 광주. 열다섯 살 여고생이던 소설가 정유정은 '가슴이 터질 듯한 새벽'을 맞았다. 켄 키지(1935~2001)의 장편소설 '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'를 밤새워 읽고 난 뒤였다. 전날 밤 같은 하숙집 대학생 언니 오빠들은 전남도청으로 향했다. 군이 투입됐다는 날이었다. 무서웠던 여고생은 억지로라도 잠을 자기 위해 '제일 두껍고 어려워 보이는 책'을 선택했지만 바람은 이룰 수 없었다. 인간의 자유 의지에 대한 깨달음도 깨달음이었지만 이토록 독자의 심장을 쥐락펴락하는 책은 처음이었으니까. 소설의 화자는 '빗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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